김정원 리사이틀 관람 by Scully







It has always been my dream to marry a pianist. 


지난 토요일에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김정원 리사이틀을 관람하고 왔다. 총 공연 시간은 중간 휴식 포함해서 두 시간 정도. 1부는 바흐-부조니 코랄 프렐류드, 작은 별이라는 동요의 멜로디로도 쓰인 모차르트의 변주곡 Ah, vous dirai-je, maman , 그리고 그 다음 곡은 원래 제시된 곡에서 구성이 당일 조금 바뀌었는데 리스트의 곡을 그대로 연주한 건지 아니면 다른 곡이었는지를 잘 모르겠다. 리스트의 피아노 곡은 별로 많이 알지 못해서.  리스트 작품은 너무 어렵다. 내가 치지 못하는 작품엔 관심을 안 가진다. =ㅗ= 그래서 늘 패쓰-해 왔던 작곡가. 반성합니다. 2부에선 쇼팽의 녹턴 8번 작품번호 27-2 와 영화 피아니스트의 메인테마로 삽입되어 유명해 진 사후 발표곡 녹턴 20번이 당일 추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장송행진곡이라 이름 붙여진 3악장으로 유명한 쇼팽 소나타 2번이 마지막 곡으로 연주되었다.  


이미 국제무대에서 먼저 찬사를 받은 김정원의 피아노 실력은 일반인인 내가 이러쿵 저러쿵 평가할 게 못되는 것이니 그냥 신음소리로 대신하며 패쓰.
하악하악.

연주에 쓰인 피아노는 슈타인웨이 앤 썬. 누군가는 이 피아노가 감성이 풍부한 쇼팽에는 잘 맞지만 정직하게 연주해야 하는 바흐나 리스트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나 김정원이 치는 슈타인웨이는 바흐도 리스트도 더욱 유려하게 만들었을 뿐 결코 정직성을 해치지 않았다. 기대했던 것 만큼의 소리는 아니었지만 김정원님이 치시므로 역시 그냥 패쓰. 피아노를 그윽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저거 한 번 쳐보고 싶어서 몸이 달아 (?) 혼났다. 우리 집에 있는 25년 된 피아노 소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 지못미 영창피아노.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은 내가 가끔 손 풀려고 연습하는 곡인데 중간에 몇 몇 변주의 박자를 잡는 데에 있어서 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연주를 들으면서 아~ 이렇게 처리하는 거구나 했다. 곡을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서 나랑 일치하는 부분이 보일 때 짜릿했다. 
하하 쉬운 곡이니 시건방 한 번 떨어 본거다.


리스트는... 뭐 내가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감상도 연습도 거의 해 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는 리스트 곡도 도전을. 근데 ...정말 취미로 치기엔 리스트는 연습곡부터가 너무 어렵다. 그냥 감상으로 만족해야 할까보다. 

쇼팽 녹턴 8번은 내가 14번 다음으로 좋아하는 곡. 유명하긴 한데 유명한만큼 제대로 치기가 어려운 곡이다. 적어도 나한테 있어서는. 부드럽고 잔잔한데 기교도 필요하고 또 오히려 잔잔하고 부드럽게 유지시키는 게 더 어렵다고 할까. 한참 녹턴 연습할 때 이거 반드시 완성해야지 했다가 흐지부지 쥐쥐쳤던 곡. 그 곡을 정원님이 치시는데 귀가 녹을 뻔 했다. 집에는 에프게니 키신과 아쉬케나지, Yoram Ish-Hurwitz가 연주한 쇼팽 녹턴 음반이 있는데 난 김정원의 녹턴이 젤 좋았다. 녹턴 20번도 내가 종종 연습하는 곡인데 내가 치는 악보랑 조금 달라서 잠깐 당황했다가 그냥 닥치고 들었다.
정원님이 그렇게 치시면 그게 맞는 거지 어디서 토를 달고 있어. 

그리고 마지막 곡인 쇼팽 소나타 2번. 쇼팽의 소나타 세 곡 중에 가장 유명한 곡. 나는 조금 더 밝고 극적인 3번을 좋아해서 내심 2번이 선택된 것에 조금 실망한 것도 없잖아 있지만 이 곡은 김정원이 아홉살 때 처음 듣고 쇼팽과 사랑에 빠진 곡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냥 닥치고 감사하면서 들어야지. 내가 처음 2번을 접한 건 에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소나타였는데 열정이 넘치는 키신의 연주보다 김정원의 연주가 조금 더 차분하고 기본적인 노트에 충실했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4악장은 김정원의 연주가 훨씬 좋았다. 키신은 그냥저냥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무언가 핵심이 없는 느낌이었는데 김정원의 연주는 haunting 했다.  

그래서 결론? 김정원님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람매너에 대해

내가 소나타 2 번이 선곡된 것에 대해 실망한 마음 한 켠에는 실은 우려도 자리잡고 있었다. 4악장이 피날레임에도 전혀 피날레 같지 않기 때문에 기립박수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피날레처럼 마무리되는 1악장 끝나고는 무식하게 박수를 쳐대더니 4악장 끝나고는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ㅗ=  헉 나라도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정원님이 무대 뒤로 들어가 버렸다.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의 감동이 아니었다고? 뭐 그러면 할 말은 없다만 앙코르 공연으로 무려 세 곡이나 더 연주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중은 나를 포함해 10명? 헐. 이건 뭔가요. 어디서 꽁짜 티켓이나 초대권 생겨 가지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뚤레뚤레 와선 1악장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 연주자의 집중을 방해하고 세 곡이나 서비스 해 줬는데도 엉덩이가 무거워 기립박수에 너무나 인색한 관객들이 미웠다. 정원님은 그냥 그렇겠거니 이해했을지라도 같이 관람한 관객의 입장으로서 나는 그저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 그래도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지 않았던 거에 대해서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연주가 끝나고 싸인회가 있었다. 친절한 정원님. 그래서 오래 걸렸다. 맨 뒤에 서 있던 나는 기다리느라 발바닥이 아팠지만 내 앞에서 끊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에 염통이 쫄깃해지는 것을 느끼며 도 닦는 심정이 되어 내 차례를 기다렸다. 


프로그램 구성표에도 사인을 받고 




씨디에도 싸인을 받았다.





앞으로 남은 공연 잘 하시고 연주 활동도 활발히 하셔서
비루한 저희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시와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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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우사 2009/12/17 17:22 # 답글

    전 작년에 봤었는데. 영광스럽게도 (?) 공연 직전에 저랑 같이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제 옆에서 바로 같이 볼일을 보셨어요............

    전 그때 연주자인걸 몰랐는데 화장실에서 같이 나오자마자 여성분들이 달려들어서 당황했다는...
  • Scully 2009/12/17 17:30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요
  • 우사 2009/12/17 17:22 # 답글

    그때도 성남아트센터였음!
  • Scully 2009/12/17 17:30 #

    왜 일케 멀리까지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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